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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있는 이야기6 "바리스타 하고 싶어요." -성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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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예림지기 작성일18-10-02 14:18 조회1,97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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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있는 이야기6 "바리스타 하고 싶어요."
 
글쓴이: 성진민 사회복지사
 

[ 만남 그리고 희망 ]
키 큰 청년, 항상 밝은 표정의 예의 바른 청년.
제가 본 정호의 첫인상이에요. 커피를 좋아하며, 바리스타를 꿈꾸고 있었죠.
정호를 처음 만났을 때,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어요.
바리스타가 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죠.
전공과 학생이자 카페 실습생이었던 정호는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하교 후에는 카페에서 실습을 했어요.
지하철을 타고 스스로 동수역에서 구월동까지 이동해가며 실습을 했어요.
지각이란 없었어요. 항상 출근 15분 전에는 도착했죠.
실습을 수료하면, 카페 정직원이 될 수 있다는 소식에 희망을 가지고 노력했죠.
성실한 정호에게 바리스타라는 꿈이 가까워지는 듯 보였어요.

[ 위기 그리고 위기 ]
열심히 노력하는 정호에게 위기가 찾아왔어요. 실습을 마친 후에도 카페취업이 힘들 것 같다는 담임선생님의 전화였죠.

“정호가 성실하긴 한데.. 정호보다 잘하는 친구들이 많은가 봐요..
아마.. 카페 쪽에서는 그 친구들을 채용하지 않을까 싶어요..“
성실하지만 실력이 부족하다는 이유였어요. 카페 취업을 목표로 달려온 정호였는데 취업을 할 수 없다는 얘기를 듣고 주저앉을까 걱정스러웠죠.

“취업 자체를 못하는 건 아니에요. 인천 공항 편의점도 있고.. 일단 이력서 넣을 곳은 많아요.  정호가 성실하고 꼼꼼한 친구라 다른 일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취업을 위해서는 바리스타가 아닌 다른 직업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바리스타가 되기 위해서는 실력을 키워야 한다고 이야기했어요. 결국 카페 취업이 목표라면 또 다시 실습생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었고, 실습을 마친 후에도 취업하는 것이 불확실한 상황이었어요. 정호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고민에 빠졌죠. 저는 혼란스러웠어요. 정호 통장에 적혀있는 숫자를 보며 꿈을 이루는 것보다 지금 당장 취업하는 것이 정호에게는 정답 같아 보였어요. 

‘돈을 위해 원치 않는 일을 할 것인가?’
‘꿈을 위해 처음으로 돌아갈 것인가?’
정호는 이 두 가지 갈림길에 서 있었죠.

갈림길에 서서 고민하는 동안 또 다른 위기가 찾아왔어요. 건강했던 정호에게 간질이라는 위기가 온 것이죠. 담임선생님의 전화를 받고 학교로 달려갔을 때 정호는 차가운 바닥에 누워 혼자 힘든 싸움을 하고 있는 듯 보였어요. 저는 그저 옆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어요. 정호의 싸움은 끝이 보이지 않았고, 결국 응급실로 향했죠. 병원에 도착했을 때 힘들었는지 깊은 잠에 빠져있는 듯했어요. 잠들어있는 정호를 보며 담임선생님과 대화를 나누었어요.

“상우(정호 친동생)에게 물어보니 어린 시절에 크게 간질을 했었다고 하네요. 중요한 시기인데.. 이렇게 되면 취업 자체가 힘들어질 수도 있겠어요. 아무래도 외부 취업보다는 사회복지사가 있는 직장에 취업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보여요...”

예상치 못했던 건강 문제까지 생기면서 취업에 대한 선택의 폭은 더욱 좁아졌고, 사회복지사가 있는 직장에 취업하는 것이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나누며, 정호를 위해 그렇게 결정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어요. 며칠 동안 학교는 물론이고, 카페 실습에 나가지 못했어요. 침대에 누워 편안한 표정으로 꿈을 꾸는 정호를 바라보며, 바리스타는 물론이고, 외부 취업 자체를 포기해야 하는 현실을 정호가 받아들일 수 있게 설명해야 하는 저의 고민은 깊어만 갔어요.

[ 선택 그리고 성공이 아닌 성장 ]
누워있는 정호를 보며 ‘내가 정호라면 어떤 결정을 했을까?’라는 질문과 함께 문득 떠올랐어요. ‘왜? 정호의 직업을 내가 고민하고, 내가 결정해야 하는 걸까?’
스스로 선택하도록 돕고 싶었어요. 한 공간에 마주 앉아 지금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주고 좋고 나쁨, 옳고 그름을 말하지 않았어요. 스스로 선택하여 나아갈 수 있도록 기다려주었어요. 그러자 한참을 고민하던 정호가 입을 열었어요.

“바리스타 하고 싶어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 괜찮겠어요?”“네. 사람들에게 제가 직접 만든 커피를 주고 싶어요. 바리스타 하고 싶어요.”

미안했어요. 그 동안 내 생각, 내 결정으로 정호를 지원하고 있었다는 것을 느꼈어요. 정호는 꿈을 선택했어요. 아무리 힘든 현실이라도, 처음으로 다시 돌아간다 하더라도 바리스타가 되고 싶다는 꿈을 버리지 않았어요. 정호의 대답을 듣고 저는 더 이상 묻지 않고 옆에서 응원해주자 마음먹었어요. 정호의 꿈을 지원하기위해 가장먼저 해결해야하는 것이 건강 문제였죠.

“체중이 워낙 적어서 복용하던 정신과 약 부작용으로 간질이 나타났데요. 더 이상 체중이 줄어들지 않게 관리를 해야 할 것 같아요. 많이 먹고, 많이 움직여야 할 것 같아요.”

체중이 문제였다는 이야기를 간호사 선생님께 듣고 몸무게를 올리기로 마음먹었죠. 편식이 심하고 끼니를 거르는 정호였지만 건강한 바리스타가 되기 위해 하루 3끼 골고루 먹는 식습관을 유지했어요. 180Cm가 넘는 키에 몸무게 48kg이었던 정호가 어느새 55kg까지 끌어올렸죠. 시간 날 때마다 뒷산을 오르며 체력을 키우는 것 또한 게을리 하지 않았죠. 그렇게 건강을 되찾은 정호는 카페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있었죠. 꿈을 포기하지 않는 정호에게 기회가 왔어요. 사회복지사가 직원으로 있는 카페에 면접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죠. 정호와 저는 들뜬 마음으로 면접을 보기위한 준비를 했어요. 곱게 다린 셔츠에 칼 잡힌 바지, 그리고 깔끔한 디자인의 니트를 입고 면접장으로 향했죠. 면접 당일 비가 내렸고 떨리는 마음으로 지하철역까지 함께 걸어갔죠.

“지금 기분이 어때요?”
“많이 떨려요. 그렇지만 잘 할 수 있어요.”

면접을 보는 동안 정호는 웃음을 잃지 않았어요. 제가 정호를 처음 봤을 때 모습 그대로 항상 밝은 표정의 예의 바른 청년의 모습이었죠. 창밖은 비가 내리지만 면접장의 분위기는 맑았어요. 돌아오는 길 한 손에는 우산, 한 손에는 와플을 들고 웃으며 전철에 올랐죠. 면접에 합격 후 신입직원 교육을 거쳐 지금은 당당하게 카페에서 근무를 하고 있어요. 첫 월급을 받고 밝은 목소리로 저에게 다가오는 모습이 잊히지 않아요. 한 발짝 성장한 정호는 이제 성공을 위해 달려가려하고 있어요.

[ 도전 그리고 실패 ]
카페 취업에 안주하지 않고 바리스타 자격증에 도전하기로 했죠. 다양한 커피를 만드는 방법을 익히기 위해 노력했어요. 직장은 물론 생활하는 공간에서도 동영상을 보며 정호는 온통 바리스타에만 몰두했어요. 부족한 실력을 노력으로 극복하려는 정호였어요. 옆에서 지켜본 정호의 모습은 이미 바리스타였어요. 하지만 생각보다 바리스타의 벽은 높았어요. 자격증을 취득하지 못했죠. 너무 완벽히 해내려는 정호의 꼼꼼함이 오히려 독이 되어 돌아왔어요. 너무 꼼꼼하게 하려는 탓에 시험시간이 끝나버린 것이었죠. 정호가 처음 맛보는 실패였어요.

“시험이라서 많이 긴장되고, 떨렸어요. 아쉬워요..”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듯 보였어요. 하지만 실패는 생각보다 정호에게 크게 다가왔어요.
정호를 무기력하게 만들었고, 바리스타에 대한 의욕을 잃었죠. 성실한 정호가 밥 먹듯이 지각을 하고, 무단결근하는 일이 빈번해졌어요. 이런 정호를 옆에서 보며 어긋나는 것 같아 걱정스러웠어요.

[ 직원이 아닌 친구 ]
정호의 열정을 찾아주고 싶었어요. 시설에서 자란 정호는 어디를 가던 항상 직원과 함께 행동했어요. 그렇기에 혼자서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성취감을 올려주기 위한 작전을 고민했죠. 직원의 도움 없이 정호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했고 행동으로 옮겼어요. 하지만 영화관을 가도, 찜질방을 가도 정호는 제 옆에서 떨어지려 하지 않고 기다릴 뿐 스스로 해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어요. 걱정스러웠어요. 사회복지사로 언제까지나 정호의 옆에 함께 할 수 없음을 알기에 빨리 해답을 찾길 바랐죠.
그러던 어느 날 잠결에 한 통의 전화를 받았어요. 정호였어요.

“선생님 친구랑 여행 다녀와도 돼요?”
갑작스러운 여행 소식에 당황스러웠어요.
심지어 핸드폰으로 연락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죠.
 
“여행? 어디로요?”
“카페에서 같이 일하는 친구가 월미도에 갔다 오자고 해서요...”
“월미도 가는 방법 알아요?”
“네. 친구랑 같이 가서 알아요.”

그날 정호는 친구와 함께 여행을 떠났어요. 사전에 계획 없이 떠났죠. 물론 직원도 없었고요. 전화 끊을 때 평소와 달리 신이 난 목소리였어요. 다음날 출근했을 때 정호는 저를 보자마자 달려 나와 여행에 대한 이야기 늘어놨어요. 멈추지 않았죠. 예전의 밝은 모습을 찾은 듯 보였어요. 정신없이 즐겁게 이야기하며 웃는 정호의 모습을 보고 나도 모르게 “행복했어요?”라는 질문을 던졌어요. 그러자 정호가 “친구랑 같이 가서 행복했습니다.(웃음)”라고 대답을 했어요.

정호의 시련에 직원의 도움은 필요하지 않았고, 자신의 삶에서 스스로 해답을 찾았죠. 혼자서 모든 걸 다 하진 않았겠지만, 친구와 함께 짧은 여행을 다녀오며, 그 안에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성취감을 얻은 듯 했어요.

얼마 뒤 정호는 전공과 졸업과 함께 저의 곁을 떠나 성인들이 생활하는 곳으로 이동하게 되었어요. 비록, 제가 지원하는 동안 자격증을 취득하여 바리스타의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그 과정에서 실패에 대해 배우고, 실패를 극복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죠.
주어진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꿈을 위해 극복하려는 정호를 보며 많은 것을 배웠어요. 또한, 사회복지사로써 정호의 삶에 개입하여 이정표가 되어 주는 것이 아니라 정호 옆에서 함께 걸어가며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되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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