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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있는 이야기2 "나는 59세입니다." -양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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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예림지기 작성일18-10-02 13:46 조회1,96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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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있는 이야기 2 "나는 59세입니다."
 
글쓴이 : 양인숙 사회복지사
 

~나는 이대박(가명)입니다.
  나는 1971년 3월 따뜻한 봄날 12살 때 이사와 47년 생활하였습니다.
  나는 가족이 없습니다.
  나는 지적장애 2급입니다.
  나는 59세입니다.

우리이웃, 주민, 직장인, 가족으로 살아가는 대박씨의 삶을 소개합니다.

# 나의 집
  2년 전 반자립홈 502호에 처음 입주하는 날! 세탁기, 냉장고, TV, 침대가 늦게 들어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거실에서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음에도 대박씨는 거실에 모여앉아 늦은 시간까지 함께 생활하는 동생들과 각자 사용할 방을 의논하면서 말은 많이 하지 않았지만 만면에 미소를 지은 모습에서 이 상황이 즐거움을 알 수 있었습니다. 빈방에 이부자리만 준비하여 잠을 자면서도 행복하다 이야기하는 모습에 나의 집, 나의 공간, 나의 자리를 얼마나 그리고 소중히 하고 있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 공간에 놓을 가구들을 하나하나 고르고 그 중 가장 좋아하는 침대는 앉고 일어서는데 편안하다고 이야기하며 웃어 보이는 대박씨입니다.

  입주 후 처음으로 동수교회에 함께 다니는 목사님과 이웃을 내 집에 초대하고 심방예배를 드리고 목사님이 현관에 교패를 다는 모습을 조용히 바라봅니다. 식사를 대접하고 손수 고른 선물을 드리면서 배웅하는 길에 대박씨가 이야기합니다.
“우리집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 직장생활
  단순조립 장에서 전기콘센트에 단자 끼우는 일을 하는 대박씨는 직장에 대한 애착이 남다름을 볼 수 있습니다. 매일 아침 8시 10분에 출근을 준비하고, 일할 물건이 많이 들어오면 일이 많다고 자랑하고, 또 일이 없으면 일이 없다고 시무룩해하면서 얼굴표정까지 어두워짐을 볼 수 있습니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그날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해줍니다. 오늘은 일이 많아 힘들었다고 하는데, 얼굴은 웃고 있는 모습에서 칭찬받기를 바라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어떨 때는 과장님에게 싫은 소리를 들어 기분이 나빴다고 이야기 하고, 이매(가명)와 국진(가명)이가 싸워서 시끄러웠다고 합니다. 쉬는 날은 무엇을 할까 이야기 하면서 혼자 마사지카페에서 시원한 커피마시고 마사지 받아야겠다고 이야기합니다. 일터에서 생일을 맞아 상품권 받아왔다고 자랑하면서 직원에게 보여주기에“상품권이 그리 필요치 않으면 현금하고 바꾸어 드릴까요?”하면 좋다고 선뜻 건네줍니다. 어떤 날은 영화 관람도 하고 외부에 나가 식사하였다고 이야기하면서 영화 책자를 보여줍니다. 퇴근할 때에 바로 집으로 올라가지 않고 사무실에 들러 직원 한사람, 한사람 눈을 마주치며 인사를 하는 것도 대박씨의 일과 중 하나입니다.

# 동수교회
  주말을 기다리는 대박씨!
  주일예배가 11시임에도 9시부터 양복을 차려입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성경가방을 들고 집을 나섭니다. 어느 날은 남선교회 소속으로 찬양대회 연습을 열심히 하더니 부상으로 상품권을 받았다며 나중에 피자를 사먹기로 했다고 즐거워합니다. 또 교회에서 가끔씩 미숫가루, 가래떡, 밤, 열무김치 등 본인의 용돈으로 사온 것을 자랑하며 함께 생활하는 동생들과 나누어 먹습니다. 돌아오는 길 카페에서의 수박주스 한잔은 대박씨의 작은 기쁨입니다.
  몸이 피곤한 날은“오늘은 예배 한번 쉬면 안 되나?”하면서“다음에 가지.”하고 멋쩍은 듯 이야기하면서 웃어 보입니다.

  올봄에 친구인 김이하(가명)씨가 승리교회에서 집사임명을 받은 후 모두가“김집사님!”이라 부르는 호칭을 듣고, 나도 집사직분을 받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받을 수 있는지 물어봅니다.“주일예배 잘 드리면 대박씨도 집사 임명을 받지 않을까요? 한번 도전해 보죠!”하고 힘을 실어주며, 동수교회에 대박씨의 이런 마음을 전해주었습니다.

# 플라워수강
  토요일 오전 대박씨는 개인도구를 준비하여 꽃꽂이 수강하러 외출합니다. 7년의 플라워수강을 바탕으로 올해부터 예림원 위더스예배 강대상 꽃꽂이 장식 재능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만든 꽃꽂이를 직원들이, 친구, 동생들이 바라보고 예쁘다고 해주면 기분이 좋고 행복하다고 합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예배를 아름답게 빛내주는 대박씨의 손길이 있습니다.

# 헌금봉투
  금요일 일을 마치고 대박씨가 사무실로 찾아옵니다. 함께 생활하는 동생들의 헌금봉투를 전달받아 동생들에게 나누어주기 위해서입니다. 본인이름 외에 글은 읽지 못하지만 동생들에게 직접 나누어주고 싶어 4장의 봉투를 펼쳐들고 한 명씩 자신의 이름이 적힌 봉투를 찾아가도록 합니다. 오늘도 친절한 형, 대박씨입니다.

# 용돈
  용돈을 받으면 새마을 금고에 저금하러 갑니다. 2010년부터 개별화 교육으로 은행이용을 배운 뒤로는 은행에 가서 입금하고 출금하는 것이 기쁜 일 중의 하나가 되었다고 합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짬짬이 은행을 이용하곤 합니다. 직원이 출금전표(삼천원, 오천원, 만원)를 작성하여 주면 대박씨가 이름과 비밀번호를 작성하여 은행창구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방법도 재미있어 하여 매일 한 번씩 번갈아 가며 현금을 입금했다 찾는 것을 반복하였습니다. 지금은 체크카드를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마트이용을 하면서 체크카드사용이 안된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아마도 잔액부족으로 사용이 안 되는 것을 예측하였기에 함께 통장정리를 하면서 지출에 대한 예산계획이 필요함을 이야기 하였습니다.
  올 1월부터는 주체적인 용돈 인상으로 자유로운 지출내역이 다양해졌습니다. 여행을 가면 직원들 수고한다고 커피를 사주겠다고 선뜻 이야기 하고, 교회에서 바자회 한다고 동생들에게 음식을 대접하고, 동생들 생일이 돌아오면 지갑에서 용돈을 준다고 2, 3천원 꺼내어 기분 좋게 전해주고, 나들이를 가면 지갑을 챙기면서“가서 커피도 사먹고, 맛있는 것도 사먹어야지.”하고 혼잣말을 하면서 기분 좋아합니다. 톨게이트 비용은 본인이 낸다고 선뜻 현금을 건네주면서“돈이 있으니까 쓰는 거지.”하고 영수증을 지갑에서 다시 꺼내 보여주며 흡족한 듯 웃습니다. 이렇게 대박씨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이 무언가 베풀고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에 뿌듯해합니다.
  이런 대박씨도 갖고 싶은 것이 생겼습니다. 이제는 진짜 금반지를 끼고 싶다는 대박씨. 10월, 나를 위한 선물입니다.

# 단골미용실
  오늘은 주안에 위치한 미용실을 가는 날입니다. 단골미용실이라 며칠 전부터 달력에 표시하면서 기다립니다. 출발 전에 오늘은 박카스를 사가고 싶다고 이야기 합니다. 여러 번의 전철이용을 통하여 이제는 함께 생활하는 동생들과 직원의 동행 없이 전철을 타고 다녀옵니다. 다녀올 때마다“부평역에 도착했어요.”“전철을 탔어요.”“주안역에 도착했어요.”“미용실에서 머리하고 있어요.”“식당에서 식사하고 있어요.”“집에 잘 도착했어요.”라고 휴대폰으로 일정을 전해주면서 동생들을 잘 이끌어주었다는 스스로의 자신감을 표현합니다. 앞으로는 혼자서도 잘 할 수 있다며,“길 잃어버리면 택시타고 오면 되지.”하고 나에게 다짐하듯 이야기합니다.
  머리숱이 많지 않아 매달 염색하는 부분이 예산 적으로 많아 보여 두 달에 한번 염색을 하는 것은 어떤지 제의하였더니, 나이가 들어가면서 흰 머리가 나고 보이는 것이 싫다며 염색을 하면 좀 더 젊어 보이는 자신이 좋다고 합니다. 내가 원하는 디자이너를 선택할 수 있고 나의 스타일을 잘 알아 마음에 들게 해주고, 머리를 감겨 줄때 시원하기도 하고 대접받는 느낌을 받는다고 행복해 합니다.

# 만월산
  저녁식사 후, 주말을 이용하여 가까운 만월산을 등반하는 길입니다. 주변의 풍경을 보며“운동하면 좋지요, 몸도 건강해지고.”“쑥이 났네, 꽃들도 많고.”“국진이는 강아지가 무섭다고 내 뒤로 숨어.”하며 만월산 위 팔각정까지 올라갑니다. 운동기구로 운동을 하다가 잠깐의 쉼 타임에 가족공원 쪽을 바라보면서 먼저 하늘로 간 친구들의 이름을 말하며 저 아래 있다고 동생들에게 이야기해주는 모습에서 그들과 함께했던 예전의 모습을 추억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대박씨 옆에서“그때 화영(가명)씨와 영애(가명)씨 장례식을 치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물으니“불쌍하지 뭐. 엄마, 아빠랑 함께 살지도 못하고..”하면서 말문을 흐립니다. 대박씨가 자신의 이야기를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음을 알기에 조용히 옆에서 함께 걷고 있었습니다.

# 부평6동 주민센터
  화요일, 목요일은 요가 가는 날이에요. 올 2월부터 주민센터가 새롭게 신축하면서 서비스이용이 다양해졌습니다. 처음 요가수업을 참여할 때는 몸이 뻣뻣하여 어려웠는데 천천히 스트레칭을 하면서 척추를 세우고 앉는 자세교정을 받으며 지속적으로 하다 보니 굳어진 근육들도 부드러워지고 틀어진 자세도 바르게 교정될 거라는 강사님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대박씨도 처음에는 요가운동이 많이 힘들었지만 이제는 그 시간뿐만 아니라 오고가며 동네주민들도 만나 이야기를 나눔이 즐겁고 운동을 다녀오면 개운하고 좋다고 표현합니다.
  3분기 수강신청을 할 때는 신청자가 너무 많아 미리 가서 줄서서 기다려야지 그렇지 않으면 요가 신청을 못할까 걱정을 하면서 2시간 전 도착하여 직접 번호표도 뽑고 접수완료 후“내가 접수 했어요.”하고 뿌듯해 합니다.

  장애에 대한 일부 편견을 갖는 주민들이 불편 감을 호소하였다는 주민센터 사무직원의 이야기를 듣고 요가강사와 통화를 하게 되었습니다.“두 분은 조용히 수업에 잘 참여하고 있고 수업진도에 따라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성실하게 수업에 잘 참여하고 있어요. 수업 전에 일찍 오는 날이면 먼저 출석부에 자신의 이름을 직접 적어 체크하고  직접 다른 회원들과 이야기도 나누면서 자신의 나이도 알려주고 나이가 많아서‘오빠네, 동생이네’하면서 일상적인 대화도 나누고 관계형성도 잘 하고 있어요. 아주 점잖으신 분들이니 걱정 하지 않아도 됩니다.” 통화를 마치고 일부 편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 때문에 혹시 상처를 받을까 걱정되어, 요가 할 때 힘든 점이 있는지 물어보면“아니요, 없어요. 재미있어요. 요가 계속할래요.”합니다. 이제는 요가수업에 익숙해져서 직원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도 국진씨와 함께 잘 다니고 있으며 3분기에는 이웃주민에게 함께 해보자고 추천하여 지금은 세 사람이 함께 다니고 있습니다.

# 자치회 회장님
  올해부터 생활관, 체험홈 이용자자치회가 통합된 후 첫 회장선거 총회를 진행하였습니다. 이번 선거에 대박씨가 단일후보로 출마를 선언했기에 많은 화제를 일으키기도 하였습니다. 찬성, 반대, 기권으로 모든 이용자들의 자기결정에 의한 비밀투표가 시작되었습니다. 모두 신중한 모습으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두근두근!
투표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기대감이 가득한 눈빛으로 마지막까지 결과를 지켜보는 대박씨! 전체의 78% 앞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앞으로 2년간 자치회를 이끌어 갈 회장이 결정되는 순간 축하의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작년에 이어 자치회회장을 맡게 된 대박씨, 축하드립니다!

# 명절
  추석명절입니다. 함께 생활하는 동생들이 그리워하는 가족의 모습을 표현할 때면, 대박씨가 대신 이야기 해줍니다. 형 보고 싶다고, 엄마보고 싶다고 이야기 하는 국진이의 표정을 묘사하고, 주말마다 전화해서 집에 가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일호(가명)와“엄마 온대?”하고 혼잣말을 하는 하선(가명)을, 또 통통이는 엄마 집에 가고 싶어 하고 물어보면 손바닥을 피면서“네”라고 이야기 한다고 전하고 표현해줍니다.
가족이 없는 대박씨는 가족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이렇게라도 표현하면서 함께하고 싶은 것은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명절에 동생들이 집에 가고 나면 혼자임이 염려되어 아래층에서 친구와 함께 생활하면 어떠냐는 제의에 “괜찮아요.”하며 의연한 모습을 보입니다. 그러다가도 “국진이 집에 오고 싶다고 하면서 내일 오면 어떻게 하나.”“통통이는 가족 집에 갈 때마다 너무 많이 먹어 집에 와서 이번에도 토하면 안되는데.”하면서 하루도 지나지 않아 벌써부터 허전하고 보고 싶은 마음을 드러냅니다.
  명절을 보내고 동생들이 하나, 둘 돌아오면 대박씨는 할 일이 많아집니다. 직원에게 동생들의 귀가를 알려주고, 동생들 잘 다녀왔냐고 물어보면서 그들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같이 행복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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