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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있는 이야기8 "결정(決定)적 장면" -손소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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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예림지기 작성일18-10-02 14:23 조회5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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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있는 이야기8 "결정(決定)적 장면"

글쓴이: 손소미 사회복지사

 

 오늘은 7시 42분에 일어났다. 평소보다 12분 늦게 일어나 자명종시계를 확인해봤지만 시계는 멀쩡히 잘 돌아가고 있었다. 자명종 소리를 또 못 들었나보다 생각하고 눈을 비비며 이불을 개었다. 부엌으로 나가 냉장고를 열고 반찬을 꺼내어 식탁 위에 올린다. 오늘의 반찬은 메추리알조림, 김치, 어묵볶음이다. 밥을 푸기 전 갑자기 진규형이 생각났다. 진규형의 방으로 가서 조심스럽게 일어나라고 어깨를 흔들어본다. 진규형이 눈을 뜨고 기지개를 크게 키면 그제야 다시 식탁으로 가 아침 먹을 준비를 한다. 이것은 원진이의 어느 아침풍경이다.
특별한 것 없는 아침의 모습은 단조로워 보일 수 있지만 단조로운 일상을 얻기까지의 원진이의 노력은 결코 단조롭지 않았다.

[질문과 결정 사이]
원진이는 아파트에 살고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2명의 형, 1명의 친구와 체험홈에서 살고 있다. 12명 정도 되는 형, 동생들과 복잡하게 얽혀 살다가 이곳으로 온 원진이는 조용한 분위기에 다소 어색해하였지만 금방 우리에게 스며들었다.

“밥은 언제 먹어요?”
“오늘 입었던 옷을 빨까요? 말까요?”
“몇 시에 일어나야 해요?”

생각과 질문이 많은 원진이는 자꾸 나에게 무언가를 물어봤고 처음에는 모든 질문에 대답을 해주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원진이 같이 생각을 많이 하는 친구가 과연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얻지 못하는 것일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 때부터 나는 질문에 답을 해주지 않았다.
질문에 답을 해주지 않는 나를 보고 원진이도 적잖이 당황하는 눈치였지만 나는 단호하게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라고 말하였다. 그날 이후부터 원진이는 자신의 일상을 스스로 생각해보며 더딘 발걸음이지만 “결정(決定)”이라는 계단을 한 걸음씩 올라가게 되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일상은 전부 결정으로 이루어져있고 이것은 어쩌면 사소한 것일 수도 있다. 밥을 언제 먹을 것인지, 화장실은 언제 갈 것인지, 아침에 이불을 갤 것인지 말 것인지, 세수를 먼저 할 것인지 머리를 먼저 감을 것인지...
이러한 사소한 결정은 원진이에게 절대 사소할 수 없는 중요한 결정이고 선택이었다.

“점심은 이따가 먹을게요. 입맛이 별로없어요.”
“오늘 너무 더워서 입었던 옷을 빨아야할 것 같아요.”
“내일 학교 주번이니까 10분 정도 빨리 일어나야할 것 같아요.”

답을 해주지 않게 된 결과물은 더 이상 원진이가 나에게 일상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나의 손길이 필요한 부분이 많이 있지만 더 이상 예전처럼 정답을 전부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더 이상의 정답은 원진이에게 무의미해졌기 때문이다. 대신 자신이 결정한 것에 대해 어떻게 이런 결정을 하게 되었는지 어떤 고민을 하였는지에 대해서만 떠올리며 즐겁게 이야기할 뿐이다.


[성공과 실패의 선택]
또래 여느 아이처럼 하고 싶고 경험해보고 싶은 일이 많은 원진이는 남의 눈치를 너무 잘본다. 그래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쉽사리 말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이 하자고 하는 것을 따라간다. 그게 설사 본인이 하기 싫은 것이라도 타인의 미움을 받지 않기 위해 그냥 같이 하곤 한다.
여름방학의 즐거움이 한창이었던 여름 날, 원진이가 영화를 보고 싶다고 하였다. 어떤 영화를 보고 싶은지 묻자 돌아온 답은

“애들이 보고 싶은 영화 같이 볼래요.”

였다. 그 말을 하면서도 옆에 있던 친구들의 표정을 살피는 모습을 보여 마음이 썩 좋지 않아 정말 그렇게 할거냐고 재차 묻자 잠시 표정이 굳어지면서 작은 목소리로 말을 한다.

“사실.........보고 싶은 영화가 있는데 애들이 싫어할 것 같아서요.”

라고 하였다. 무슨 영화를 보고 싶은지 묻자 공작이라는 첩보영화가 보고 싶었다고 하며 머리를 긁적이는 모습을 보였다. 영화를 같이 볼 친구들한테 물어봤냐고 하자 애들이 싫어할까봐 물어보지도 않았단다. 지레 겁먹고 포기를 한 원진이의 모습에서 고등학생의 패기 넘치는 모습은 사라지고 어린 아이 같이 작고 연약한 모습만 남아 있는 것 같아 묘한 감정이 들었다.
친구들한테 물어보는 것이 어떤지 제안하자 잠시 눈을 굴리며 생각을 한다. 그리고 나더니 중대한 결정을 한 듯

“그래볼게요.”

라고 한다. 수줍게 친구들에게 자신이 보고 싶은 영화에 대해 묻자 원진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호의적인 반응이 나왔다. 그런 반응에 신이 난 원진이는 몇 시 영화를 볼 것인지도 거침없이 물어보는 모습을 보였다.
호기롭게 친구들과 자신이 선택한 영화를 보고 온 결과는 “재미없었다” 였다. 영화 내용이 정치에 대한 내용이라 이해하기도 어려웠을 뿐더러 같이 영화를 본 친구들은 너무 졸렸다는 평이 많았다. 원진이한테 선택한 영화에 대해 후회가 없는지 물으니 웃으며 “다음에 재미있는 영화 보면 되죠. 이번에는 제가 운이 없었던 것 같아요.” 라는 의외로 긍정적인 답변이 돌아온다. “친구들도 다음에 재미있는 영화 다시 보자고 했으니 괜찮아요.” 라고 하며 재미없는 영화를 선택한 것에 대해 실망하지도 자책하지도 않은 원진이는 이 날 무언가 깨달은 것 같았다.
나의 선택이 항상 최선이 될 수 없고 실패할 수도 있으며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은 그것을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말이다.

우리의 일상은 평범하고 평범하다. 원진이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평범한 일상을 살기 위해서 원진이는 오늘도 수 백, 수 천, 수 만 가지의 결정을 한다.
수많은 결정 속에 변수는 존재하고 그것을 예상하는 것도 어려우며 자칫 실수를 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결정을 한다.
결정의 하루하루는 힘들지만 이것은 훗날 단단한 결정체가 되어 노련해진 모습으로 다른 사람들과 마주할 것이다. 완벽한 결정체가 아니라 보통의 결정체로서의 모습이 되기를 원하는 원진이는 오늘도 평범한 모습으로 어른이 되기 위한 언덕길을 올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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